전문가 4인 지상 좌담회
김항석 맹그러브 대표
“한국은 베트남과의 교류가 많은 국가잖아요. 주요 맹그로브 서식지인 이곳에서 한국인들이 감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항석 맹그러브(MangLub) 대표는 최근 베트남 짜빈성 사무소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019년 4월 설립된 맹그러브는 베트남 짜빈 지역 최초의 사회적 기업이다. 한국의 사회적협동조합인 드림셰어링이 SK이노베이션 후원을 토대로 설립했으며, 현재는 한국인과 현지인 20여명이 맹그로브숲 조림(造林)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짜빈성이 자리한 메콩강 삼각주는 맹그로브 숲의 손실 정도가 심각하다고 평가되는 지역이다.
맹그로브는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기수역, 즉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에서 자라는 70여개 종의 나무를 통칭한다. 수많은 어류와 갑각류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해일 등 기후 재난이 일어났을 때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열대림보다 3~5배 높은 탄소 저장 효과 때문에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으로도 꼽히고 있다.
김 대표는 “맹그로브는 탄소 흡수 기능과 재난 방파제 역할에 더해, 해수면 상승 상황에서 바닷물이 농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천연 필터 역할까지 한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맹그로브숲을 파괴하는 주범은 새우 양식장이다. 그는 “베트남의 새우 양식장은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뒤 땅을 파고 바닷물을 들여와 가두는 방식으로 조성돼 왔다”며 “이 지역의 위성지도를 확대해 보면 육지가 없이 다 구멍이 파여 있다.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베트남 새우 수출량의 80%가 여기 메콩 삼각주 새우 양식장에서 나온다.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새우 중 굉장히 많은 비중이 짜빈성 일대에서 양식된 새우일 것”이라며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베트남 맹그로브 숲 불법 벌목에 대한 책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숲을 파괴하는 건 한 순간이자만 복원하는 건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숲이 파괴되는 속도보다 복원되는 속도는 훨씬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림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김 대표는 평가했다.
김 대표는 “조림 사업 그 자체만으론 산업적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도 단순히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만 참여했었다”며 “하지만 조림 사업으로 확보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의 가치를 고려하면, 앞으로 기업들은 조림 사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 또한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독일의 하파그로이드나 프랑스의 CMA CGM 등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이 베트남 짜빈 지역에서 수목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표면적으론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지만, 향후 해운사에 적용될 탄소 배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도 있다.
김 대표는 “예전엔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 항만 시설을 만들면서 맹그로브숲을 벌목한 경우가 많았다”며 “최소한 항만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파괴된 숲만큼은 본인들이 새로 심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맹그러브는 설립 후 현재까지 약 180ha(헥타르)의 조림 실적을 달성했다. 그간 파괴된 맹그로브숲 면적이 짜빈 지역에서만 7만여ha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할 일이 많다. 새로 심은 맹그로브 나무가 내년 이후 5년차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탄소 흡수 효과를 증명하면 더 많은 기업이 조림 사업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했다.
그는 “조금 무모하지만, 2030년까지 맹그로브 나무를 3만ha, 그루로 따지면 1억 그루를 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짜빈 외 인근 해안 지방으로도 조림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베트남 짜빈=김상수·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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